실무 환경과 Revit의 구조 간에 존재하는 깊은 간극
Autodesk Revit은 BIM 기반 설계의 대표적인 도구로 자리매김했지만,
그 핵심 요소 중 하나인 **패밀리 라이브러리(Family Library)**는
많은 설계사무소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않거나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 문제는 단순한 기술 부족이 아니라,
실제 설계 실무 환경과 Revit의 구조 간에 존재하는 깊은 간극에서 비롯됩니다.
Revit 라이브러리, 왜 존재하지만 활용되지 않는가?
Revit은 기계, 배관, 구조, 가구 등의 다양한 컴포넌트를
패밀리(Family) 형태로 사전에 모델링해 설계자의 효율성을 높이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그러나 국내 설계사무소 실무자들은 이를 “존재하지만 쓸 수 없는 자산”이라 표현합니다.
그 이유는 제공된 부품의 규격, 디테일, 속성이 실제 설계 요구에 부합하지 않거나,
불필요하게 무겁고 정리가 안 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문제 1: 과도한 파일 용량과 비현실적인 디테일
Revit의 기본 라이브러리는
필요 이상으로 세부적인 3D 정보를 포함하고 있어
모델 전체의 성능을 저하시킵니다.
설계사무소에서는
“간단한 평면도 수준의 검토만 필요한데,
렌더링용 부품이 들어오면 모델이 느려지고 작업이 어려워진다”고 말합니다.
결국 실무자들은 단순한 도형으로 대체하거나, 직접 간단히 모델링하게 됩니다.
문제 2: 국내 기준과 맞지 않는 외산 중심 객체 구성
Revit에 기본 포함된 패밀리는
북미 및 유럽 제품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으며,
단위 체계, 재질, 마감, 치수 기준 등이
국내 설계 환경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북미형 가구, 배관 피팅, HVAC 부품 등은
국내 공공 또는 민간 프로젝트에서 사용이 어렵거나,
설계자가 직접 객체를 새로 제작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문제 3: 사무소와 설계자 간 사용 기준 미비
Revit의 패밀리 사용은 설계자 개인의 재량에 따라 달라지며,
사무소 내부에 표준이나 버전 통합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도면을 열어도 설계자마다 객체 속성이나 설정이 달라
도면 통합이 어렵다”는 불만이 많고,
결국 각자 따로 제작하는 비효율이 반복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협업, 검토, 수정 과정에서
BIM의 본래 장점이 사라지는 구조를 낳습니다.
문제 4: 라이브러리 관리를 위한 인력과 시간 부족
Revit 부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면
전담 인력과 지속적인 업데이트, 버전 관리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중소형 설계사무소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인력이 배치되기 때문에
라이브러리 정리에 시간도 여유도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필요한 것만 급히 만들고 나머지는 방치”하는 방식이 되고,
자료 축적이나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가 됩니다.
문제 5: 발주자의 요구와 Revit 구조 간의 괴리
많은 공공 및 민간 발주자는 여전히
도면 기반의 출력물이나 CAD 형식의 결과물을 요구합니다.
Revit의 객체 기반 모델링은
이러한 요구와 맞지 않으며,
설계자 입장에서는 이중 작업의 부담이 됩니다.
“라이브러리를 써도 결국 CAD로 변환해야 하니 의미가 없다”는 현실은
Revit의 실무 적용을 구조적으로 막는 요소가 됩니다.
결론: ‘좋은 도구’보다 ‘쓸 수 있는 환경’이 먼저다
Revit의 패밀리 라이브러리는
기술적으로는 완성도 높은 도구이지만,
국내 설계사무소의 협업 방식, 발주 관행, 표준 부재라는 현실 속에서는
쉽게 활용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단순한 기술 교육을 넘어서,
공용 표준 마련, 사용 가이드 구축,
경량화된 객체 공유 플랫폼 도입이 병행되지 않으면
Revit의 장점조차 현장에서는 의미 없는 기능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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