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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슈머형 도심 열망, 기술보다 규제가 문제?

5세대 지역난방 확산, 기술은 준비됐지만 법은 아직인가요?

프로슈머형 도심 열망

도시 에너지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로 나뉘던 전통적 열공급 체계는 이제 ‘프로슈머’ 기반의 양방향 열망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이를 상징하는 대표 사례가 바로 5세대 지역냉난방 시스템(5GDHC)입니다. 그러나 서울 서초 실증사업의 사례는 이 첨단 기술의 확산을 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물이 ‘기술’이 아니라 ‘규제’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술적 준비는 끝났다: 상온 루프와 분산형 히트펌프

5세대 시스템은 10~30°C의 상온수를 기반으로, 건물 간 열 교환이 가능한 저온 열망을 형성합니다.

 

각 건물에는 히트펌프가 설치되어 필요한 온도로 난방 또는 냉방을 자율적으로 조절합니다.

이 시스템은 열손실을 최소화하고, 데이터센터 폐열이나 하수열 같은 미활용 에너지원을 주 열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는 혁신적인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가장 큰 장벽: ZEB 인증 기준

ZEB 인증 제도는 건물 자체에서 생산된 신재생 에너지만을 ‘에너지 자립률’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5세대 지역난방처럼 외부 네트워크에서 미활용 에너지를 공급받는 경우, 아무리 친환경적이라도 ‘자립’으로 간주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기술은 완성됐지만, 제도는 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건물 간 열 거래, 법적으로 불가능

양방향 에너지 흐름, 즉 ‘열을 사고파는 구조’는 5세대 시스템의 핵심입니다.

냉방이 많은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폐열을 주거지에서 난방으로 사용하는 ‘도심 내 에너지 순환’이 가능해지는 것이죠.

 

하지만 현재 집단에너지사업법은 ‘중앙집중형, 단방향 공급’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어, 이러한 프로슈머 모델을 제도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5세대 시스템 확산을 막는 법 제도의 현황

규제 항목 문제 요지

ZEB 인증 기준 외부 열공급을 자체 생산으로 인정하지 않음
집단에너지사업법 양방향 공급·분산 열원·프로슈머 거래 개념 미포함
에너지 요금 체계 열 거래에 따른 보상 시스템(크레딧) 법적 근거 부재
도시계획 내 열계획 부재 지역별 미활용 열원 연계 계획 수립 의무 없음

 

제도적 빈틈이 기술 적용을 가로막고 있으며, 특히 초기 투자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 금융 또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재한 상황입니다.


기술의 혁신, 제도의 정체

서울에너지공사의 서초 실증사업은 분산형 히트펌프, 미활용 열원 통합, 열저장 기술 등 5세대 시스템의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지만, 이러한 모델이 상업화되기 위해서는 제도 개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기술은 준비됐지만 법은 준비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해결책: ‘한국형 열 계획법’과 인증 기준 개정

개선 필요 요소 제도적 대응 제안

프로슈머 인정 부재 열 공급자-수요자 간 거래 구조 반영 법률 신설 필요
외부 공급 열의 ZEB 인정 문제 ‘저탄소 열 네트워크 인증제’ 도입, 자립률 산정 방식 개편 필요
요금제 합리화 ‘열 거래 크레딧’ 기반의 요금 체계 도입 법제화
미활용열 자원화 계획 미비 도시계획과 연동되는 지역별 열원 통합 계획 법제화

독일의 ‘지역 열 계획법’이나 덴마크의 시민 협동조합형 열망 모델은 이 같은 법적 기반 위에서 기술 확산이 이루어진 대표적 사례입니다.


결론: 5세대 시스템, 규제가 기술을 따라와야 한다

5세대 지역난방은 이미 충분히 입증된 기술이며, 도시 에너지 인프라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현실적인 해법입니다.

 

하지만 그 확산의 열쇠는 기술이 아니라 제도에 있습니다. 규제가 기술을 가로막는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5세대 시스템은 ‘값비싼 파일럿’으로만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는 프로슈머형 도심 열망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사회적 혁신을 담을 수 있는 제도적 틀 위에서 실현될 때입니다.